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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

가을바람

가을바람

숲과 바다를 흔들다가
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
나를 깨우는 바람
꽃이 진 자리마다
열매를 키위놓고
햇빛과 손잡는
눈부신 바람이 있어
가을을 사네...

바람이 싣고 오는
쓸쓸함으로
나를 길들이면
가까운 이들과의
눈물겨운 이별도
견뎌낼 수 있으리

세상에서 할 수 있는
사랑과 기도의
아름다운 말
깊이 접어두고

침묵으로 침묵으로
나를 내려가게 하는
가을 바람이여

하늘 길에 떠가는
한 조각 구름처럼
아무 매인 곳 없이
내가 님을 뵈옵도록
끝까지
나를 밀어내는
바람이여
나는
홀로 가도
외롭지 않네

이해인 수녀님의 "가을바람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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